물듦
손이 닿는 곳

카노는 저도 모르게 신파치의 옷자락을 그러쥐었다. 옥색하오리. 흰 단다라무늬. 그것은 카노의 피에 젖은 손 탓에 엉망으로 물들었다.

  "커헉..."

카노는 숨이 가빠져 헐떡이는 중에도, 그러쥔 것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눈 앞이 흐리다. 피가 빠져서인지 초점이 흔들린다. 신파치는 그런 카노에게서 칼을 뽑고, 소매가 잡힌 채로 바닥에 밀어눌렀다.
  "미친거냐...! 거기에 그대로 달려드는 놈이 어디있어, 물러서는 게 당연하잖아!"
짜증과 타박이 얽힌 말은 카노의 머릿속에 쑤셔박혔다. 피가 역류하는지 말은 나오지않고, 컥, 컥 하는 듯한 기분나쁜 기침소리가 이어졌다. 신파치는 자신의 하오리를 벗어 카노의 그러쥔 손과 칼이 박힌 몸을 억지로 감싸묶었다.
아무리 서번트라고 해도, 이렇게 두면 죽어버린다. 퇴거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알지만, 그것은 이 카노에게 쓰기엔 석연찮았다. 그게 카노에게 나은 일이라도, 그렇게 하고싶진않다. 죽게 하고싶지않다...신파치는 스스로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납득하고싶은 마음도 없이, 그저 그를 죽음에서 도피시킬 생각만을 삼켜가며 상처를 억눌렀다.

  "이 자식, 정신차려! 이제와서 이렇게 죽어버리는 건 용납 못 해. 카노 와시오!"
피가 목에서 끓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신파치는 생각을 이을 것도 없이, 허리를 숙여 입을 맞췄다. 그의 목에 엉겨있는 피를 삼키듯 마력을 당기고, 그에게는 자신의 마력을 밀어넣는다.
그런 쪽의 지식이 전혀 없는 주제에, 분명 그것을 하고있었다. 거친 숨은 점점 잦아들더니, 곧 평소의 씨근거림 정도로 돌아왔다. 입을 떼고 본 얼굴은 입가가 피에 젖어있다. 지친듯 감긴 눈가는, 평소와 다름없는 피눈물이다. 신파치는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입가를 손등으로 문질러닦았다. 젠장, 지쳤다. 다른 녀석들이 오기 전에, 잠시 쉬어둘까...
그는 가만히, 카노를 끌어안듯 옆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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