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감
영기를 이룬 것은

나가쿠라 신파치는 그 날따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씨근거리는 소리도 소리지만, 이상할 정도로 뜨거운 공기 탓이라고나 할까. 그 원인은 뻔할 정도로 명확히, 그의 품에 기대듯 안겨서 잠들어있는 이 남자다.

처음 그것을 감지한 것은 마찬가지로 침대에서였다. 그 전까지는 그렇게까지 가까이 있는 일이 드물었으니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지만, 카노 와시오라는 남자는 자신과 있을 때는 어쩐지 몸이 뜨거워지곤 했다. 아니, 침대라고 하면 흥분 탓에 그랬다고 생각하기도 쉬운 일이지만, 명백히 아니다. 잠들었다가 깬 후에도 그랬으니 그런 연장선은 아닐거라고, 신파치는 확신했다.

씻고 옷을 챙겨입은 후에야 눈을 뜬 카노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있었다. 키스를 했을 때나, 상황을 인지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의 할복을 하겠다며 날뛸 때의 격정적인 표정이 아니라, 그야말로 평소 이상의 차분한 눈. 신파치는 오히려 그런 표정이 꺼림칙해서, 잠시 말을 건네지 않았다. 카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욕실로 향했다.
그가 있던 이불 틈에 손을 넣어보자, 평범한 인간(의 육체와 유사한 서번트)의 체온의 잔열이라기엔 과한 온기가 있었다. 신파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욕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가만히 그 자리에 있다가 달칵, 소리와 함께 허리를 폈다.

  "뭐하는거지?"
  "아니,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해라."

신파치는 그 무미건조한 말에 눈을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열이 있냐?' 라는 보통은 물어볼 일도 없는 이상한 질문이지만, 카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아니. 스킬이라고 생각해두는 게 편할텐데."
  "스킬이라고?"
  "그래. 복수열이라고 하는."
더 이상 말이 덧붙진 않았지만, 대강 파악은 할 수 있었다. 즉, 스킬 탓에 신선조와 있으면 열이 오른다...라는, 다소 과격한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진 미열 상태라는 이야기다. 그러고보니, 늘 눈이 살짝 멍해져있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열 탓이었군.

  "할 얘기는 더 없겠지?"

간밤에 몸을 섞었다고 하기엔 칼로 잘라버린 듯한 문장. 신파치는 그런 점이 카노의 싫은 점이라고 여겼지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기에 그저 오냐, 하고 대답하는 것이 끝이었다. 카노는 그런 신파치의 얼굴을 보는가 싶더니, 자켓을 잠그고 스카프를 목에 둘렀다. 그러더니 영체화를 했는지 스르륵, 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전에 무심코 방을 나서다가 오키타에게 목격된 것이 그렇게나 싫었던지, 그 후론 영체화를 한 후 방에서 떠난다, 라는 방식을 취하고있었다. 그런 부분이, 자리를 옮기는 고양이를 보는 것 같다고 무심코 생각한 신파치는 고개를 젓고, 이불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복수열이라.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에서, 필요없이 카노 본인스러운 부가효과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가만히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다가, 관두었다.
그는 그저 품에서 뜨거운 숨을 뱉고있는 카노의 붉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빗어넘겼다.
불꽃같은 놈이군. 어디든지 간에. 그렇게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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