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나가쿠라 신파치는 그 말을 남긴 채 방에서 빠져나갔다. 핫토리에게 정중히 모셔드려, 라고 말하는 이토의 말도,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핫토리의 반응도 머릿속에 들어오지않았다.
물론, 콘도나 히지카타의 태도가 석연찮은 것은 신파치도 마찬가지였으나 이런 식의 수작질은 신파치라는 남자의 마음에 어디 하나 맞는 구석이 없었다. 신선조의 대원을 빼간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 어디나 떠벌리고 다닐 정도로 입이 가벼운 것이 아니거니와, 그에 대한 히지카타의 반응이 당연할 정도로 그려졌던지라 그저 입을 다물고, 복도를 걸었다. 그 앞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나가쿠라."
다른 인물들에 비해 살짝 높은 목소리. 누구의 목소리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않다. 시선을 들면 바로 얼굴이 보이기도 했고.
신파치는 그 말에 작게 숨을 삼켰다. 아마도 카노는, 현재 상황에 대해 큰 고민을 하고있는 것 같진않았다. 덧니가 보일 정도로 평소의 천진한 웃음을 짓곤 저런 말을 하고있는 것이다.
신파치는 그에 대해 정정도, 부정도 않고 그저 그 얼굴을 보았다.
"걱정할 것 없어. 다들 신선조를 적으로 돌리고 싶은 게 아니니까."
그에 대한 답을 돌려주지 못하고, 신파치는 그저 고개를 두어번 주억거릴 뿐이었다. 카노 또한, 거기서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누군가의 부름에 손을 흔들고 떠났다.
공기가 차게 식은 달에, 히지카타가 말한 '일'은 예상 그 이상의 것이었다.
-이토를 죽인다.
그것은 히지카타라면 하고도 남을 일이니 놀라울 것도 없다. 필요하다면 벤다, 그것이 지금의 신선조, 아니, 이 시대의 사무라이들이 자주 택하는 방식이다. 어릉위사의 활동이나, 그들의 위치자체가 불만스러운 것도 알법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가, 신파치는 내키지않아 마음이 걸렸다.
이토의 시신은 미끼로, 그를 찾으러 올 어릉위사들이 있을테니 전부 죽이자는 것이다. 히지카타는 예전부터 동지였던 토도가 분명 거기에 포함되어있을 것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고있었다.
피가 식는 기분이 든다.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토도는...시위관 시절부터 아는 동료인데.
시신을 방치하자고? 미끼로 그들을 꾀어내어 전부 처리하자고? 이토를 꾀어내는 방법부터, 그 이후의 것, 토도에 대한 것.
그 어느것도 쉬이 납득이 가지않았다.
하지만 이토의 시신을 골목에 둔 채로, 그들을 맞이하러 나가는 길에 신파치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마지막이다, 히지카타. 이런 일은...' 이 고작이었다.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거리에, 이 시간에 보이는 것은 달빛과 등불이 전부다. 이토의 시신 앞을 등이 밝히자, 신선조의 대원들은 거리를 좁혔다.
핫토리가 올 것은 자명했다. 그는 이토에게 푹 빠져있어서, 모두가 둘을 떼어놓고 생각하는 일이 어려웠다. 국중최강이니 뭐니하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검을 잘하는, 그야말로 검객이었던지라(신파치는 그가 최강이라는 말을 긍정할 생각이 없었지만)이 쪽, 즉 히지카타도 허투루 준비한 것이 아닌 것이다. 토도는 하라다가 맡을 것이라는 히지카타의 말이 있었다. 그 외에도 몇 명이 더 왔지만, 핫토리의 근처에 있는 것은 둘. 아마 시신을 빼내기 위해 주위에서 좁혀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쪽도 핫토리 하나만을 위해 수십의 대원을 모아둔 것이다. 신파치는 그런 치밀함이 오늘따라 싫게 느껴졌다. 이토의 시신 앞에서 충격을 받은 듯한 그 쪽의 맹원 중 하나가 시선을 스쳤다. 밤에도 빨갛게 물들어있는 머리카락, 그 살짝 높은 목소리. 카노 와시오도 이 곳에 왔던 것이다. 그는 이토의 검술제자니 당연한 일인데도, 신파치는 마음이 불편해져 애써 핫토리에게 눈을 돌렸다. 제대로 승부해버린다면, 칼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조금은...말을 주고받던 중, 핫토리에게 검이 파고들었다.
"그런 얘기할 때야?"
사이토 하지메, 분명 이토가, "사이토 군도 전향해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순간에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은, 좋지않다. 신파치는 누구에게 그것이 좋지않은지 따위를 생각할 틈도 없이, 핫토리가 토해내는 피투성이의 저주를 듣고, 자신도 빌어먹을, 이라는 말을 뱉어냈다. 그리고, 문득 핫토리에게 도망치라는 말을 들은 어릉위사들로 시선을 흘리고 말았다.
카노는 울고있다.
두려워서, 의 얼굴이 아니다.
분하고 괴로워서, 어딘가, 부서진듯한 얼굴을 한 채 신파치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 달렸다.
신파치는 도저히, 그를 잡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