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야타는 그 이야기에 뭐라고 해야할 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후루타카라고 하면, 상인으로 위장해 정보를 모으곤 했던 근왕지사다. 요새 해군조련소의 일들로 몸과 마음이 바빠, 그 쪽에는 신경을 쓰는 일이 줄어있었다.
대답없이 제 옷자락을 만지고있자, 상대가 말을 덧붙였다.
"그 일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산조에서 모일거야. 오도록 해."
"…아, 네에."
이 사람, 누구더라? 아마 초슈의 번사일테지? 토사는, 타케치 즈이잔이 옥에 갇힌 이후로 분위기가 나빠졌다. 그 덕에 카메야타는 토사에 돌아가기는 커녕, 순식간에 탈번낭인의 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번주인 야마우치 요도를 욕하기는 어렵지만, 카메야타는 좀처럼 그 흐름을 납득할 수 없었다. 분명 전에 그는 타케치, 아니…토사근왕당을 그렇게 취급할 생각으로 굴지 않았던 것 같았으니까. 스승 카츠를 따라갔을 때도, 흔쾌히 토사의 탈번낭인들을 사면해준다는 답을 내주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 이가, 순식간에 손바닥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토사근왕당의 모든 행동, 사상에 동의하기는 어려웠지만 자신의 형이나, 좋아하는 이들이 가맹되어있다. 다들 일본을 위해 힘쓰려고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카메야타는 야마우치가 미워져 견딜 수 없었다. 뭘 하고 싶은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생각에 잠긴채 대답이 늦자, 상대는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진 않고 자리를 떴다.
어쩐지, 갈 자신이 들지 않았다.
카츠 카이슈라는 남자를 미워하는 자가 많을 것 같은 곳에, 그의 제자인 자신이 가도 괜찮을까. 같은 생각을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걱정은 된다. 후루타카 슌타로 만이 아니라, 토사의 이들이 걱정이 된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고민은 바보같게도, 그 때 동행을 요구한 고향의 지인, 키타조에 키츠마 탓에 별 것이 아니게 되었다.
정작 당일에는 별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물론 구해낼 것인가,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선조' 라는 이름이 나오자 다소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모두가 확신한 탓 같았다. 무난한 주제가 오고 가던 중, 아래에서 이케다야의 주인장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신선조가 공무로 오셨답니다!"
숨을 덜컥 삼키고 말았다. 모두가 시선을 교환한다. 손에 잡히는 것을 조심스레 든다. 타도는 전부 1층에 걸려있다. 목소리가 흩어지기도 전에, 걷어차는 소리, 계단을 오르는 소리, 빈 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린다. 소리가 가까워진다. 카메야타는 옆에 있던 키타조에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그는 전혀 겁을 먹지 않은 얼굴이다.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만 같다. 나는, 무슨 얼굴을 하고있지? 카메야타는 숨을 다잡는 것만으로도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세이헤이 형아는, 이럴 때에 어떻게 했을까. 같은 생각을 했다.
가까워진 소리는 곧 문 앞에 닿아, 드르륵, 소리와 함께 옥빛 하오리를 비추었다. 다시 닫힌 문 너머에서, 어떤 소곤거림이 들린다. 도망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열린 문을 향해 키타조에가 뛰쳐나갔다. 손에 든 것은 와키자시지만, 기세만큼은 타도 이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움직임. 카메야타는 그런 것을 신경쓸 여유는 없었지만, 이어지는 상황에 더욱 여유가 없어졌다. 그가 비명조차 제대로 뱉지 못한 채 계단으로 걷어차여버린 것이다. 카메야타는 주변의 지사들이 그것이 신호인 양 하나둘씩 빠르게 방에서 피해나가는 중에, 남아있는 정신을 붙잡고 따라 발을 옮겼다.
밑에서 올라오는 이 중에 옥색 하오리가 아닌 자가 있었다. 그는 창을 들고, 지사들의 타도를 껴안은 채 이 쪽으로 향한다. 초슈의 번사들이 그의 품의 타도를 하나둘씩 안고, 미처 닿지 못해 베여버린 지사들의 시신, 혹은 시신이 될 것들에게 눈을 주지 못한 채 신선조에게 달려들었다. 카메야타도 자신의 검을 집어들었지만, 창을 든 이는 별 이야기도 없이 이케다야의 한 가운데로 향했다. 날카로운 눈빛. 젊은 나이. …아마도, 쇼카손주쿠의 수재로 불리는 이 중의 한 명일 것이다. 그를 뒤로 한 채 카메야타는 검을 들고 다른 이들과 합류했으나, 도저히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검에 있어선 도장에서 그렇게 못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다. 대응책도 확실히 알고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신선조라는 검객의 집단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조명조차 없어 잠시 시야를 잃은 순간, 격통이 스며왔다.
눈 앞에 있는 이 거대한 남자는, 분명히, 신선조일텐데.
상처는 얕지 않다. 벌어진 틈으로 울컥울컥 피를 쏟아내고있다. 카메야타는 그것을 손으로 받아내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순간 자리에 엎어지고 말았다. 아픈 게 먼저인지, 무서운 게 먼저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머리가 점점 둔해진다. 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새카만 시야를 붙잡아보았지만 도저히 이 곳에 있을 수 없다. 남자는 사라졌다. 아마도, 죽었다고 생각했을테다. 카메야타는 시선이 닿지않은 순간, 비척이며 일어나 이케다야를 빠져나갔다. 뛸 수 없다. 피가 쏟아지고있다. 아무래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은, 피가 빠진 탓이다.
점점 생각은 지리멸렬해진다.
전장에서 도망친다.
사무라이라는 족속들은 쉽게 하지 않는 짓이다.
근왕의 지사로서, 현장에서 죽어버리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분명히 버렸을 생각이 머릿속에서 휘저어진다.
하지만 죽고싶지 않다, 선생님이 죽지말라고, 멍청이들에게 죽어선 안된다고, 하지만, 형아는, 아아, 아.
아아.
번저들은 멀지않다. 가까운 곳은 역시 초슈다. 토사에는 손을 벌릴 수 없다. 탈번낭인으로서, 구해질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 뿐이다. 분명 뒤죽박죽인 머릿속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생각 하나가 끈을 당긴다.
카메야타는 힘이 빠져가는 손으로 애타게 문을 두드린다.
정적.
입을 열 수 없다. 아무도 나와주지 않는다. 아니, 누구냐는 질문조차 돌아오지 않는다. 어느사이 피에 젖은 손은 문에 질척한 흔적을 남긴다.
거짓말, 거짓말! 당신의 동지들이잖여, 나가 아니었다면, 그 젊은 지사가 왔으면 열어줬을까.
흔들리는 생각 사이로, 카메야타는 손을 내리고, 비틀비틀, 초승달조차 가려진 밤거리를 걷는다. 손에 든 검이 점점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