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었군.’
나가쿠라 신파치가 카노 미치히로를 처음 안았을 때의 감상이다. 칼데아에는 젊은 시절 뿐인 ‘카노 와시오’도 있고, 미치히로 자체도 젊은 본인을 앞선 재림에 담고있다. 그렇기에 그의 노회한 육체가 더욱 와닿고만다. 영기의 이야기니 문제가 될 것은 아니고, 자신도 그러한 구석이 있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꺼림칙한 기분과는 다른 방향의 감상이다.
이 남자는, 나이가 들고 말았다.
겹쳐쥔 손은 굳은 살이 확연히 줄었다. 그는 스스로 ‘손이 연해졌다’고 말했다. 원래도 살이 적던 팔과 다리는 뼈가 만져진다는 착각을 주곤한다. ‘앉아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키가 줄었다는 말을 한 것도, 일말의 거짓은 없다. 죽기 직전까지 검을 놓지않았던 자신, 지팡이에 날을 넣어서라도 무사였던 자신을 지우지않았던 나가쿠라로서는 그러한 미치히로의 몸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분명 얼굴은 신선조 시절에 봤던 ‘카노 와시오’가 그대로 나이를 먹으면 되었을 법한 그 얼굴임에도 몸은 그렇지 못했다. 둥글게 다듬어진 머리모양처럼, 몸도 검을 휘두르던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꼿꼿한 그 자세조차도, 그의 무사로서의 삶보다 군인으로서의 삶을 드러내고 있었다. 품에서 땀에 젖은 채 비릿한 미소를 띠고있는 이 늙은 남자는, 분명 그 날의 부서진 청년조차 아니라고 자신의 몸으로 강변을 토하고있다. 사쓰마에서 군으로 뛰다가 콘도 국장을 처형대로 밀었던 것으로 모자라, 신선조를 사냥하던 그 어릉위사의 잔당이 분명하다는 것은 이 마른 몸에 새겨진 흉터들으로 알 수 있는데도, 카노 와시오는, 카노 미치노스케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딘가에 매장해버린양, 이 노인에게는 흔적이 보이지않았다. 오래 살아남았다고 해서 이럴수가 있을까? 숨을 고르는 그의 뺨을 만져보자, 살은 미지근했다. 가늘게 뜬 눈으로 웃는 것이 썩 달갑질 않아 나가쿠라는 그를 품에 안고 잠을 청했다. 보고싶지않다. 모르는 남자가 되어버린 주제에, 아는 이인 척 구는 것이 마음을 뒤집어놓는다. 쓸데없는 생각은 바로 직전 나눈 정사를 없던 것으로 만들고있었다. 꼬리를 무는 것을 잘라내고 눈을 감는다.
차가운 목에서 손을 떼자 조소가 섞인 말을 몇 차례 뱉은 미치히로가 숨을 쏟듯 말을 흘렸다.
“겁쟁이. 날 죽일 수도 없어, 자네는…….”
붉게 올라온 투박한 손자국. 나가쿠라는 자신의 손자국에 손가락을 올려보았다. 이 남자는 자신이 버려졌다고 여긴다. 사실 스스로도 자신을 버렸으면서. 회반죽으로 시신을 매장한 주제에, 어째서.
카노 미치히로라는 남자는, 콘도 이사미와 함께 카노 미치노스케를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버렸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틀렸다. 카노 미치히로는 자신을 쏴죽이고 말았던 모양이다.
카노 미치노스케가 어디에도 없는 것은 당연하다.
카노 와시오와는 다른 남자가 되어버린 것은 당연하다.
‘승리’라는 라벨이 붙은 탄환으로, 그 교차로의 자신을 죽여버린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후 바라본 미치히로는 그 늙은 몸에 잉크를 뒤집어 쓰고 어딘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웃는 것인지, 원망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슬픈 것인가.
이 방을 나서면 그런 것은 연기였다는 듯 미끈한 미소로 돌아갈테다. 카노 미치히로는 늘 그러했으니. 스스로의 표정도 잃은 남자를 보는 것은 끔찍한 불쾌감을 불렀다.
신선조가, 나가쿠라 신파치 자신이, 그 밤이 부순 남자. 자신을 ‘수복’했을거라는 짐작은 전부 헛된 망상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