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는 나무꾼이 아기를 품에 안고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지나간 참이다. 카노는 보는 내내 아무 말도 없이 줄담배를 피웠다. 비어버린 신파치의 캔과 달리 카노의 캔은 가만히 물방울을 맺고있었다.
‘방향이 잘못 됐다, 고…….’
바닥에 흩어진 바둑돌 사이에서 비명을 지르던 그가 선명해, 신파치는 눈을 잠시 감았다. 울분, 비난, 교정……. 그 모두 맞지만 모두 아니다. 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의 재회부터 지금까지 적잖은 시간을 공유했지만, 결국 말은 닿지않고 생각은 알 수 없다. 죄책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외치는 남자에게 신파치는 어느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사과하지않은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의 카노 와시오의 말은 부서지지 않았기에. 언제나 갈피를 잃고 헤매는 남자가 제대로 된 문장으로, 논리를 갖고 말하는 것이, 그 말들이 틀린 부분이 없었던 탓에. 시대의 문제라고,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신선조’의 입장이다. 나가쿠라 신파치는 그것에 동의할 수 없었음에도, 동료라는 이름 하에 다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 결과 마주한 것은, 스스로가 교차로에 녹아내린 옛 친우.
보고싶지 않던 그의 부서진 꼴. 피를 흘리는 검. 아무것도 닿지 못하는 덩어리…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그도 결국 그 교차로에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그의 입에서 나오는 표현 중 그 어느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영화에 잠겨 조용히 시선을 붙박아둔 그 조차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나가쿠라."
"…아, 끝났지. 방에 가라."
카노는 아무 말 없이 신파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기대왔다.
"뭐하는거냐?"
"……대답하지 않는군."
“뭘?”
“왜 사과하지않는지.”
“…….”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었나? 그 날도 카노는 더 이상 말을 잇지않고 그 엉망인 방의 구석에 놓인 침대에 몸을 던지고 잠들어버렸으므로. 그것은 휴식이 아니라 도피였다는 것을, 신파치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시신과 다를 바 없는 얼굴이 되어버린 그를 두고, 신파치는 바둑돌을 골라 통에 정리하고 방을 나섰었다.
그 후 다시 꺼내지않아, 평소와 크게 다르지않은 작은 사건이었을 뿐이라고…그가 늘 토해낸 것처럼, 그 말의 정당함이 어떠하건 그저 화를 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카노라는 남자의 방식이었으니까. '신선조'의 답변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문득 떠올린 것은 이상한 것이었다.
"네 놈이, 신선조에 왜 죄책을 안고있지?"
분명 그 말은 신파치를 걱정하는 말은 아니다. 신선조를 비난하는 말일 뿐이다. 신선조를 위해 들인 노고따위가 아깝지도 않냐는, 신파치에 대한 비난이며 한탄이다. 카노는, 카노 자신에 대한 말은 울분에 휩싸여 무너져있는 주제에, 남의 생각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미친놈.'
신파치는 그런 생각까지 닿고나자 짜증이 치밀어 깊게 숨을 뱉었다. 카노는 거기엔 반응하지 않았지만,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곤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잘 생각인가 싶어 팔을 잡자 입을 열었다.
"오늘 본 것은 대단하더군."
"무슨 의미냐?"
"너무나 익숙한 꼴이지. 자신을 위해, 자신의 것들을 위해 '포장'한다는 것은…"
"……그래, 그런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지."
"하지만 너의 짓을 이기주의, 같은 말로 할 수는 없어."
거기서 신파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후의 말이 예상이 가서가 아니라, 어쩐지 짜증이 치솟은 탓이다. 이 자식은, 어떤 일도 전부 끝에가선 하나로 정리되고 만다. 머릿속에 든 것은 어릉위사도, 자신의 인생도, 그 무엇도 아니고. '신선조에 대한 복수'. 그 하나. 그 하나만을 위해서 카노라는 남자는 우는 것이다. 그게 싫다. 그게 징그럽고, 그게 카노의 싫은 점이다. 어차피 제 쪽을 봐주지도 않는 이들에게, 전부 끝난 것때문에 매달리는 카노라는 남자가 비참하다. 미련하다. 바보같다…….그런 생각에 빠져 말이 없던 신파치에게, 지친 목소리가 기어들어왔다.
"그건 욕심이야."
"욕심이라니?"
"자신이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욕심……"
"…….너는?"
"나는……"
"너야말로 필요없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거잖아."
"……이건, 내가 할 일이니까."
"이토랑 핫토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닥쳐."
하지만 카노는 일어나지 않았다. 신파치의 어깨에 기댄채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피로 이루어진 눈물을 보고있자면 속이 답답해져왔다. 결국 자신의 일에 대한 방향을 잃은 채로, 카노는, 카노 와시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