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열기 속 어리광

“서번트가 무슨 감기냐.”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카노는 하하, 웃음을 흘렸다.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리니까, 넌 모르겠지.”
“입은 살았군.”

카노는 그 날따라 모습을 보이지않았다. 평소라면 칼을 들이밀거나 멱살을 끌어잡을 게 뻔한 놈인데도, 목소리도 들려오지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뻐야할 일인데도, 신파치는 묘한 짜증이 피어올라 이토와 핫토리에게 찾아가고 말았다. 돌아온 대답은 황당할 수준이었다.

“홋카이도에 갔다가 감기라고.”

카노의 개인실 문 앞에서 신파치는 노크를 할까 하다가 멋대로 문을 열고 들어서버렸다. 언제 들어와도 기분 나쁜 풍경으로, 벽에 어지럽게 붙은 신선조 대원들의 사진과 정보들이 또 그랬다. 

‘익숙해지질 않는다니까…아니, 익숙해지는 편이 이상하지.’

신파치는 고개를 젓고 침대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는 카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평소 이상으로 열이 끓는다. 이렇다면 여기에 오지않는 게 낫지않나, 같은 생각을 하던 중 카노가 신파치의 손목을 잡아챘다.

“무슨, 짓이냐…멋대로…….”
“뭐야, 깨어있었냐.”
“잠깐 눈을, 감고있었던 것, 뿐이니까…”
“징그러운 자식. 홋카이도에는 왜 갔어?”

시뮬레이터라고는 해도, 본인이 홋카이도라고 했다면 그야 홋카이도다. 아마도 눈으로 가득한 곳을 걸었겠지. 혼자 움직였다면 열도 없었을테니, 그저 찬바람을 맞으며 걷기만 했을테다. 

그 새하얀 풍경에, 이 새빨간 꼴으로.

“……머릴 식히러 간 것 뿐이다.”

답잖게 대답이 돌아오자 신파치는 솔직히 놀랐다. 늘 적절한 대답을 돌려주는 일이 없는 인간이, 제대로 된 대답이라고 할만한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생경할 지경이었다. 신파치는 잠시 눈을 굴리다가 옆에 있는 의자를 대충 끌어 앉았다.

“열이 있다면서, 내가 있어도 되는거냐? 나갈까?”

카노는 대답은 않고, 천천히 상의를 벗었다. 목과 손등까지 덮는 옷은 역시 답답한 모양이라고, 신파치가 생각하는 사이 옷 아래의 몸이 드러났다. 밤에는 몇 번이고 마주하는 몸이지만, 감기 탓에 평소보다도 열을 띠고있었다. 그렇게 수 많은 흉터를 드러낸 채로 그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파치는 무심코 손을 뻗어 그의 배에 새겨진 흉터에 올렸다. 카노는 작게 신음했다.

“아파.”
“응?”
“손이 차네, 너….”

‘복수열’ 과는 역시 다른 모양인지, 카노는 열에 젖어 정신이 흐릿해보였다. 체온이 과해 신파치의 장갑이 닿은 게 아프게 느껴졌다는 것을, 전혀 참지 않고 입으로 내뱉는다. 그러더니 담배를 재털이에 두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홋카이도에서…지냈을 때……네 놈을 찾았었는데….”
“…….”
“남의 집안으로…들어가서, 어쩐지…찾을 수 없었다.”
“그런 시대였으니까.”
“찾아서…죽이고, 싶었어…….”

카노의 그 말에 신파치는 답을 하지않았다. 그러자 카노가 말을 덧붙였다.

“아아, 홋카이도를, 네 놈을……죽이기 위해…갔으니까….”
“죽어줄리가 없잖아.”

하하, 카노는 작은 웃음을 흘리더니 “그렇군.” 하고 입을 다물었다. 신파치는 그제서야 주머니에 넣어둔 음료 캔을 꺼내 카노의 뺨에 댔다.

“아프다니까…….”
“시끄러워. 어리광이냐.”
“그럴리가…있냐….”

그 말을 끝으로 잠든 그의 옆에 캔을 세워두고, 신파치는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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