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 향한 것은 늘 그렇듯 카노의 고집에서 비롯된 일이다. 어디로 가건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남자가, 어떠한 곳에 가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드문지라 신파치는 작은 의아함을 느꼈다.
“도쿄에 가겠다고?”
“그래. 네 놈도 가야한다. 아니, 네 놈이 가야해.”
“무슨 의민지 모르겠는데. 내가 왜?”
카노는 그 질문에 손을 성큼 뻗어와 신파치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맞춘 꼴이 싫어서, 신파치는 혀를 찼다가도 “대답.” 하고 부츠 앞코로 툭툭 카노의 정강이를 찼다.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 게 될 걸.”
“하?”
답잖게 성실한 대답이다. 어디까지나 비교적. 카노라는 남자가 자신에게 깜짝 선물을 준비할만한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신파치 또한 지겨울 정도로 알고있었던터라, 더 이상의 추궁은 그만두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고층건물이 늘어선 대로변을 따라 걷는다. 롯폰기는 그야말로 번화가지만 신파치는 그 거리를 걸으며 그다지 놀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 차림새로는 시부야같은 곳이 낫다고나 할까. 아니, 모르는 놈들이 인사해오는 것은 성가셔. 그렇다면 차라리 아사쿠사가 나을지도 모른다. 생전의 일들과 여러 특이점, 시뮬레이터들의 기억이 얽혀가며 롯폰기의 풍경을 덧씌웠다. 근처에 뭐가 있는지 카노는 별 다른 말도 없이 길을 걸었다. 시뮬레이터로 구현된 거리라서일까, 행인은 기이할 정도로 없다. 역 부근에 다다라서야 무리들이 보이곤 했다. 텅 빈 거리를 지나 골목이라고 할만한 좁은 길로 들어서서 걷는다. 걷고, 걷고. 신파치는 정말 아무 말도 없는 카노가 새삼 질려서 옆에서 혼잣말처럼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 근처에 이런 식당도 있었나, 편의점에서 음료라도 살까, 담배 좀 피울 생각 없냐……. 싱거운 이야기들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바보같을 정도로. 카노는 3할정도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아니, 됐다, 필요없다. 정도의 거절이었지만. 그다지 동의를 구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으므로 신파치는 그것이 싫진 않았다. 아주 솔직히 하자면, 대답이라고 할 만한 것이 돌아온 게 의외였으니까.
발을 멈춘 카노의 앞에 있는 것은 꽃이 진열된 어떤 가게다. 꽃집인가, 하고 유심히 보니 그것은 아니다. 옆의 간판같은 것에는 아오야마 영원의 관리소라는 표기가 되어있다. 아오야마 영원. 분명 신파치는 물론 카노도 죽기 전에 세워진 묘지공원이다. 카노는 이 곳을 향해 걸었던 것이다. 취미하고는. 신파치는 혀를 찼다. 아무튼 공원이니 벚나무가 늘어서있어 봄이라면 장관이었을테지만, 지금은 한겨울이다. 잎마저 말라 떨어진 나무들은 휑할 뿐이고, 간간히 묘비에 서있는 까마귀들이 멀리서도 보인다. 묘지가 이러니저러니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굳이 도쿄에 가고싶다고 한 자가 이 곳에 왔다는 게 신파치는 영 마음에 들지않았다.
“뭔데? 성묘할 사람이라도 있냐?”
“그래.”
카노는 그게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은 채 걸었다. 묘와 묘 사이를 지난다. 신파치는 목적지가 되는 묘의 주인이 누군지도 모른 채 따라 걷는다. 돋보이려는 듯 커다란 비석을 가진 묘와 가족들과 함께한 듯한 가족 묘 등, 많은 묘들을 눈으로 훑으며 걸었다. 묘의 행렬 끝 즈음, 카노가 무릎을 끌어안듯 쪼그려앉았다. 앞에 있는 것은 작은 비석과, ‘연고자는 관리소로 연락을 해달라’는 작은 표지판이다. 카노는 그 앞에서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 차례 깊게 삼키고, 허공에 연기를 뱉자 찬 공기 사이로 연기가 흩어졌다. 잠시 숨을 씨근대는 소리만이 그 자리를 채웠다. 신파치는 이 묘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어서 조용히 카노의 등을 바라보았다. 카노는 빈 손으로 스스로의 머리를 헝클듯 붙잡곤, 중얼거리듯 말을 뱉었다.
“시노하라 씨는, 내가 보고 싶을까?”
그것은 분명히 신파치를 향한 질문은 아니었다. 혼잣말인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을 정도의 말도 아니니, 신파치는 끼어들 듯 말을 얹었다.
“당연하지. 너, 시노하라랑 친했잖냐. 동료나 친우를 보고싶지않다고 생각하는 건 흔하지않다고.”
카노는 “하지만 보여주고싶지않다”고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보여주고싶지않다는 말은 뭔데? 신파치는 이것에 대해선 말을 덧붙이지않았지만, 문득 자신에게 카노의 부고를 전한 것이 ‘시노하라 타이노신’이었음을 떠올리고 자신의 미간을 문질렀다. 그 때 들었던 안타까운 듯한, 아니……괴로움을 내려둔 듯한 어조가 머리를 울렸다.
카노는 담배 한 대가 다 타들어갈 지경까지 그 앞에서 묘를 보고 있었다. 신파치는 그의 뒤를 보고있으니 고개를 들지않는 이상 그의 얼굴을 알 수 없어, 그저 담배 연기가 일렁이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카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묘로 향했다. 구획이 전혀 다른지 또 한 번 꽤 걸어야했다. 신선조의 ‘비’들에 적잖이 관여했던 것이 떠올라, 칼데아에서 그들과 그런 시시콜콜한 시간을 보내고있다는 것이 새삼 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대 탓이라고 가볍게 말할 수는 없는 이유로 헤어졌던 동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웃을 수 있다. ……그림자라도 상관 없다. 이것이라면 충분하다.
감상에 빠지려는 순간, 멱살이 잡혀 고개가 숙여진다. 카노의 걸음을 따라 걷고있었으니 멈춘 것도 당연한데, 눈 앞에 그의 텅 빈 눈이 있었다.
“똑바로 봐라.”
“뭐?”
“이 묘를, 눈에 담아둬.”
“……누구 묘인데….”
질문을 하다말고 고개를 돌려 비를 확인한 신파치는 미간을 찌푸렸다. 카노가 똑바로 보라고 한 묘는, 분명 ‘카노’라는 성이 새겨져있다. 그 밑으로 쓰인 것은 ‘미치히로’와 ‘그의 처’ 운운하는 글씨다. 이건, 카노의 유신 후의 이름. 카노는 자신의 묘에 성묘를 시키러 온건가.
“뭐하는거냐? 이런 건 처음부터 말하라고.”
“머릿속에 새겨둬.”
“야, 카노. 대답해.”
“카노 ‘미치히로’의 최후를, 그 눈에 똑바로 새겨둬라.”
신파치는 순간 숨을 삼켰다.
자신의 묘에 시키는 성묘따위가 아니다.
이건…….
“넌 네 묘 앞에서도 그런 뒤숭숭한 소리냐?”
그런 말로 애써 흘려넘겨도, 카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것은 장례다.
메이지를 살아간 ‘카노 미치히로’의 장례를, 아부라노코지에서 죽어버린 ‘카노 미치노스케’가 치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