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흑백에 닿기까지

- 감상

이게 언제부터였더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가쿠라 신파치는 그런 것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세심한 타입의 인물은 아니었으니.

자연스럽게 개인실의 문을 열고 발을 들인 카노 와시오가, 제 외투(이것은 하오리일 때도 있고, 가죽자켓일 때도 있었다)를 벗어 옆에 걸고 방의 한 가운데에 놓인 의자 중 하나에 앉는다. 그러고나면 신파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벽에 꽂힌 영화 DVD케이스 몇 개를 훑어 하나를 집고, 프로젝터에 연결된 플레이어에 밀어넣는다. 그 후 구석의 냉장고에서 음료, 혹은 맥주 2캔을 꺼내 비어있는 의자에 걸터앉는다. 손에 든 캔을 옆자리의 카노에게 건네면, 그는 그것을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따지 않는다.
이후로는 평범하게 영화를 본다. 카노는 매번 입도 벙긋하지 않지만 분명히 영화에 몰입해있는 탓에, 신파치는 음료를 홀짝이며 그 얼굴을 가만히 보고있게 된다. 이게 매일 저녁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신선조는 죽이겠다느니 말하는 놈이,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에 대해선 신파치도 명확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아마도 일전에 방에 멋대로 들어온 카노를 상대하기 귀찮아서, 마침 보고있던 영화를 같이 보자고 억지로 의자에 앉혔을 때부터…라고, 신파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영화', 즉 활동사진이라고 하는 게 카노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루틴이라고 한만큼 여러 번 있었던 일이며, 카노는 보고나면 그대로 자고 가기도 하고, 본인의 개인실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런 탓에 신파치는 베개를 하나 더 챙겨두었다.

아무튼 이 날도 그런 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방으로 들어왔다. 영화의 장르, 배우, 내용 따위는 별로 가리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코미디나 로맨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장르는 신파치도 별로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틀지 않는다면 그만이었다.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영화는 복서가 주인공이다. 길에서 오렌지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 그것. 카노는 스크린에 조용히 시선을 고정한다.

옆에 있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체온이 오르니, 뺨이 물들거나 눈이 멍해있기도 한데, 그것이 아무렇지 않게 보일 정도로 집중한 것이 뚜렷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있자면, 생전에 영화관에 손을 잡고 갔던 손자의 얼굴이 문득 피어오르는 것이다. 둘을 동일시하느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다. 그럴리가 있나. 향년은 달라도 카노 와시오는 동갑내기고, 당연하다는 듯이 칼과 총을 들이밀어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는 놈이다. 품에 안고 간식이나 먹이고 싶었던 손자랑은 같은 선상에 둘 수가 없다. 신파치는 자신이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있는 게 황당해서, 헛웃음을 삼키고 맥주를 홀짝였다. 카노도 조용히, 간간히 맥주를 마셨다. 화면의 빛을 받고있는 카노는, 눈 앞의 상대를 죽이겠다는 생각을 하던 평소의 그라는 생각이 들지않는 얼굴을 하고있다. 본인이 알면 화를 낼 것이 뻔함에도, 들떠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웃음기는 전혀 없는데도. 신파치는 이미 봤던 영화에 집중하는 것보다도, 카노의 반응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아주 드러나진 않더라도, 놀라거나 만족스러울 때는 표정이나 행동으로 새어버리는 탓이었다. 영화가 끝날 때쯤엔, 짧은 감상을 말하기도 했다.

그 장면에선 그러면 안됐다.
막힘이 없어서 시원시원했다.
바보같은 놈이다.

같은 것들. 보통은 인물의 선택을 비난하거나, 전개에 대한 호평 같은 것이다. 카노는 도망을 치거나, 아무것도 남지 않고 부서져버리는 인물이 나오면 멍청하다는 소리를 한다. 처음엔 대수롭지않게 생각했지만, 곧 이것이 카노 자신에게 하는 비난임을 신파치도 어렵지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좋아하는 영화를 늘어놓으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신파치는 카노가 스스로를 싫어한다는 것을 모르는 척 할 수가 없던 것이다. 이상한 이야기다. 스미조메에서 콘도 이사미를 저격하고, 이후의 전쟁에서도 신선조의 평대원마저 하나하나 잡아넣었던 것이 카노 와시오라는 것을 신파치는 모르지 않았다. 그것이라면 무서울 정도의 복수가 아닌가. 이후로도 나랏돈을 받고 지냈다고, 분명히 기록으로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카노를 마주했을 때, 그는 그런 삶을 산 인간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태운 잿더미에 다시 불이 붙어 타오르는 꼴으로 보였다고나 할까. 그런 말은 카노에게는 물론 핫토리 타케오와 이토 카시타로, 토도 헤이스케에게마저도 한 적이 없는 이야기다. 혼자만의 감상을 공유할 정도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그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아마 영화가 끝나고나면 카노는 평소대로 불이 붙은 꼴이 될 것이다. 아주 잠깐, 불이 꺼진 잿더미일 남자가 숨을 돌리고 있을 뿐이니.

어느 새 캔은 비고, 영화는 크레딧이 올라간다. 카노는 고개를 숙이고, 남은 맥주를 들이키더니 캔을 구겼다.

"자고 갈거냐?"
"…그래."

순순히 대답이 돌아온다. 영화는 어땠어, 하고 물어보자 박진감이 있었다. 라는 표현으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가. 신파치는 이불을 정리하고 두 개째의 베개의 모양을 잡았다. 먼저 눕자 옆으로 카노가 파고들었다. 카노는 아무 말이 없어서, 금방 잠드는구나, 하고 생각한 순간 목소리가 어둠에서 기어나왔다.

"나는…이래도 될까."

무슨 질문인지 모를 수가 없다. 분명히 복수라는 것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뭐 이런 이야기겠거니. 신파치는 카노가 그런 말을 직접 꺼낸 것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의중을 파악하지 못할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뭐 어때. 이토랑 핫토리도 네가 이러는 편이 마음이 편할 걸."
"너는 어떤데?"
"나? …내 기분이 너한테 중요하냐?"

이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반문하고 말았다. 카노가 그래,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당연히 이 쪽이 낫지. 칼 들이밀고 죽으라고 하는 거나 피눈물로 매달려오는 건 좀 힘들다고. 카하핫…"

부러 웃어보였지만 카노는 웃지 않았다. 대신 거리를 살짝 좁혀 신파치를 깊게 안더니,
"그럼 좀 더 어울려줘."
하고 다시 말이 없어졌다.

신파치는 그 날, 잠을 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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