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
그의 맑은 검은 사라져서

손 끝에 접해오는 것은 부딪힌 칼들의, 금속의 떨림이다. 눈 앞의 상대와 검을 주고받은 것은 생전의 20대가 마지막이었으니, 그 때와는 다르니 어쩌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나가쿠라 신파치도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신파치는 그의 검이 싫었다. 검술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 아니다. 따지자면 칼을 물고 늘어지는 것 같은 이, 감정이 질척하게 눌어붙은 듯한 검이 싫었다.

‘유쾌’하게 피를 쏟아내는 것 따위와는 다르다. 감정의 폭발이나, 어떠한 ‘대화’를 나눈다는 기분이 드는 것과는 그 어느 부분에서도 같은 선에 둘 수가 없다.  이것은 카노 와시오의 일방적인 증오, 집착. 그러나 그 감정을 신파치에게 뱉어낸다기보단, 속으로 끌어안은 채 자신이 아닌 무언가를 토해내고있다는 느낌을 주는 기분나쁜 검. 이따위 검을 받아치고있자면, 어떠한 역겨움이 솟았다.

18살쯤 심취했던 검이라는 것은, 이러한 것을 상대하기 위해 익힌 것이 아니다.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꼴을 보기 위해 익힌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한 때의 동료를 죽이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카노는 신파치가 그런 생각을 했었음을 알고는 있을까.



카노 와시오라는 남자는 이상할 정도로 단편적인 구석이 있었다. 깊은 사정에 대한 파악을 잘 못했다. 좋게 말하면 순진하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가 없었다. 이런 인간이, 신선조라는 조직과 그 내의 정치 등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였다. 신파치 또한 신선조의 이런저런 사정을 전부 알고있던 것은 아니지만, 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카노와의 마지막 대화 탓이었다.
‘나가쿠라는 신선조를 좋아하니까’ …라고 했다.
어릉위사의 방식을 거절하고, 신선조로 돌아가는 자신에게 그런 말을 웃으며 건넸던 그가, 차라리 그의 고향으로 돌아가버리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신파치는 뒤늦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 얼굴이, 그 차가운 날에, 엉망으로 부서진 우는 얼굴로 바뀌어 자신을 바라본 그 때, 그 생각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신파치는 확신할 수 밖에 없는 파편을 가슴에 품었다.

신선조는 전부 ‘처리’해버리는 인물이, 어릉위사의 잔당이라는 소문이 귀에 들어오기까지는 길지 않았다.

새 시대가 되었다. 폐도령이라는 이름 하에, 사무라이들은 검과 멀어졌다. 아니, 애초에 사무라이라는 개념부터가 어딘가 흩어지고 말았다. 신파치는 그런 것이 쓸쓸하면서도,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가능한만큼 검을 휘두르고, 후대에게 가르쳐가며 매일을 이어갔다.

그렇게 세기가 바뀌고 어느 날, 느닷없이 카노의 부고를 전하러 온 이는 어째서 알려주었냐는 말에 ‘그래야할 것 같았다’고 답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죄책감이라도 갖길 바랐을까.

그 때, 신파치는 애도가 아니라 의문만을 품었다.
지나간 것을 곱씹을 마음은 없었다. 적어도 이런 것은.
신파치가 세상을 떠난 것은 그 소식으로부터 13년이라는 시간 후였다.

서번트라는 형태로 재회한 카노의 검은 이질적이었다. 몇 번의 특이점을 거쳐왔으니, 그도 어떠한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애써 생각했다. 그야 눈 앞에 있는 것은 생전의 그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부서진 꼴이 아닌가.
카노를, 카노 와시오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의 스승 이토 카시타로, 그가 곧잘 따르던 핫토리 타케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신파치는 이상한 확신을 갖고 말았다. 질척한 감정, 아니, 피가 얽힌 검은 신파치의 검을 물고 늘어졌다. 입에 나오는 것은 증오, 분노, 이미 사라졌던 신선조에 대한 극단적 원한. 신파치는 그것이 싫다고 생각했다. 신선조 시절에 주고받은 검은 실력은 대단치 못해도, 분명 맑았다. 군더더기 없는 것으로 유명한 북진일도류의 검 중에도, 그 때의 카노를 담은 듯한 맑은 검.

그 검이, 피로 엉겨붙은 기괴함으로 얼룩져버렸다. 이건 아무래도, 사츠마의 시현류의 영향을 받고있다고 신파치는 생각하면서도, 그 뿐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있었다. 카노라는 인간이 부서진 것보다도, 신파치는 그의 그 검이, 그 때의 맑은 검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음을 한탄하고 말았다. 특이점을 정리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무의식적인 기대를 품었다.

바보같지 않은가. 그런 일은 오지않았다.



카노의 칼이 신파치의 검을 이기지 못하고 손에서 튀어나가고 말았다.
시뮬레이터가 구현해준 그 조용한 교토 거리, 그 흙바닥에 카노의 칼이 처박혔다.

"………네가 졌어."

카노는 그 말에 큰 부정도 없이, 바닥을 가만히 내려보았다. 그 시뻘건 머리통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신파치는 그 꼴을 보는 것이 지긋지긋해졌다. 예전의 카노 와시오가 아니다. 그렇다고, 유신 이후를 살아갔던 그라고 하기에도 이질적이다.

아마도 그는 아부라노코지의 「카노 미치노스케」라는 인물이다.
신선조 시절의 이름을 뒤집어쓴, 엉망진창인 존재일테다.
신선조가 싫어서, 전부를 죽이겠다고 말하는 그는 왜 대사 시절에 쓰던 「와시오」라는 이름을 쓰고있을까.
정말 전부 죽인 후에는, 자신이 죽어버릴 셈일까.

그림자일 뿐인 이에게, 전부 죽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카노가 칼을 주워들고, 칼집에 넣는 모습을 보던 신파치는 카노의 팔뚝을 잡아끌어 그 곳을 나섰다.
어디서부터 엉킨걸까. 답이 정해진 의문을 깊게 처박고, 다시는 볼 수 없는 그 검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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