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 맞물리듯 날을 부딪혔다. 기이익, 하는 기묘한 마찰음의 틈을 질척한 것이 메운다. 검의 주인들은 그 소리따위는 신경도 쓰지않는다. 이런 식의 충돌이 하루이틀인가.
카노 와시오의 검은 이 모습일 때면 피를 감싸고있었다. 아니, 검 스스로가 흘리고 있었다고 하자. 다만, 그것은 「출혈」이라기보단...그래, 울고있는 것에 가까운 꼴이라고 나가쿠라 신파치는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노가 쏟아내는 그 붉은 눈물이랑 다를 게 없어보인 것이다.
어슷하게 서로를 물고있던 검에 힘을 실어, 신파치는 카노를 밀어냈다. 주춤하며 발을 옮긴 그의 발치에 핏방울이 몇 차례 떨어졌다. 카노는 어쩐지 다시 밀고들어오지 않고, 멍하니 그 핏방울을 내려보고 있었다. 신파치는 그런 그가 이상해보여서, 잠시 숨을 고르다가 검을 내려 그의 시선 앞에 들이밀었다.
"뭐하는거냐. 상대를 두고."
"난…무슨 표정이지?"
"뭐?"
"나는, 지금 무슨 얼굴이냐."
뭐? 신파치는 잠시 말문이 막혀 카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럴 때 그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는 일은 없다. 검을 휘두르면서 상대의 얼굴을 살필 정도로 여유가 있다는 것도 상당히 우스운 이야기가 아닌가. 뭐,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라면 또 모를까. 시덥잖은 이야기는 넘어가고, 그래서 고개를 들어 본 카노의 얼굴은, 그러니까.
이게 뭐야?
신파치는 뭐라고 설명을 하기가 어려워 머뭇거리고 말았다.
당연히 분에 차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라면 비웃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울고있었을 거라고. 그렇지않은가. 생전의 그라면 몰라도 지금의 카노는 그런 단편적인 꼴 뿐이다. 환하게 웃는 얼굴은 당연히 없는 선택지니, 고를 것도 없다.
길게 늘어놓았지만 결론적으로 신파치가 본 것은 말하자면, 텅 빈 얼굴이다. 무슨 표정이고 뭐고,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표정을 숨긴 것이 아니다. 담긴 것이 없다. 그런 비어있는 유리병같은 얼굴의 뺨을 타고 그의 검에서 떨어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떨어지고있다.
이제와서 자기 얼굴이 어떤가 따위를 묻는 것인가는 신파치의 입장으론 당혹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이런 얼굴을 봐선 상대할 기분도 나지않는다. 빈 병을 검으로 깨봐야 무슨 기분이 난단 말이냐. 신파치가 검을 물리고 뒤로 발을 빼자, 카노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숨이 가파르게 차오르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다. 신파치는 검을 검집에 넣고, 몸을 숙여 카노의 뺨에 손을 대 눈물을 닦아냈다. 질척하게 손가락에 얽히는 것이 영락없이 피다. 카노는 그런 신파치를 밀어내지않았다. 금새 망가져선 소리를 내어 흐느끼는 눈 앞의 남자에게, 어째서 그런 텅 빈 얼굴이었는지, 신파치는 묻지않는다.
궁금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를 비워낸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텅 빈 속이 훤히 보이는 유리병 속에, 다시 차오르는 것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