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보이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그 날은 드물게도, 로맨스로 분류되는 영화를 봤다. 신파치가 카노를 의식하고 고른 것은 그야 아니지만, 정말 솔직히 하면 정도 이상으로 외설적인 내용이었던지라 조금 아연실색 할 정도였다. 어쩌다 이런 걸 고른걸까, 신파치는 조금 자책했지만, 따로 티를 내진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카노가 자고 가겠다고 하지않길 기대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카노 와시오가 그런 신파치의 생각이 닿는 남자일리가 없지않은가.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아무 말도 없던 카노가, 침대로 자연스레 몸을 옮긴다.

신파치는 작은 한숨을 뱉고, 남은 베개에 머리를 댔다.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입을 다문채로 천장을 노려봤다. 불을 꺼두었던지라 까맣게만 보이던 시야에, 불쑥 카노의 손이 끼어들었다. 손은 멈추지않고 신파치의 뺨에 닿아왔다. 흉터의 형태를 따라 열기가 파고든다. 혀를 댔을 때만큼이야 그야 아니지만, 영 달갑질 못하다. 영화에서 봤던 관능적인 장면이 문득 떠오르고 만다. 의식적으로 숨을 깊게 삼키자, 카노가 그대로 손을 목으로 내려 감아당겼다.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맞추게 된 신파치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고싶으면 하자고 말하란 말이지. …물론, 신파치도 말을 하고 시작하는 위인은 아니었지만.

카노는 멈칫 몸을 떨었다. 고열로 바짝 달아오른 몸에 신파치의 입술이 닿는 것은 어딘가 기분이 나빴다. 신파치는 따지자면 정상체온에 속하니 차가울리도 없음에도 늘 그랬다. 그가 싫은 탓이라고 카노는 늘 적당히 넘겨버리곤 했다.

“흉터가 많네, 너도.”
“…새삼스럽군.”
“신선조 시절엔 이렇지 않았지?”
“……상관없잖아.”

그렇지. 신파치는 그 말에 작게 긍정했다. 그 말 그대로, 그런 것은 신파치와 일절 관계없는 일이다. 카노는 관군으로 구른 시절이 있으니 그 때 얻은 흉터들이겠지. 신파치가 나라를 위해 얻은 훈장이라며 자랑하는 것들처럼. 흉터들은 깊은 것부터 얕은 것까지 하나같이 넓게 그어져있다. 손가락을 천천히 그 흉터들 위에 얹어 길을 따르듯 움직이자 카노는 작게 침음을 흘렸다. 흉터는 기이할 정도로 열이 올라있다. 속의 그 ‘열’이 새어나오는 것 같은 뜨거움에, 신파치는 손을 떼고 조용히 그 위에 입을 맞췄다. 늘 전신을 감싸고있는 탓에 손이 아니면 이런 것을 보는 일은 없다. 카노는 이토와 핫토리의 앞에서도 옷을 벗지 않으니까. 왜냐고 물은 적은 없지만, 모를 것은 아니다.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거야.’
신파치는 순간 떠오른 생각을 한구석에 밀어넣고 카노의 손목을 잡아눌렀다. 섹스 중에 감상적일 필요는 없으니까. 카노는 신파치를 올려보는가 싶더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열에 젖어 살짝 풀어진 눈을 내리떴다.

이렇게 있으면, 녹아내려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둘 중 누구도 그러고 싶을리가 없지않은가. 하지만, 그런데도 몇 번이고 이런 밤을 보내게 된다. 그래. 솔직히 하자고. 그냥 몸을 섞고 싶어진다고 해버리면 그만이야. 신파치는 물론이고, 카노도 마찬가지다. 죽여야 할 상대와도 이런 짓을 하고싶어질 수 있는건가? 우스운 일이다. 죽이고싶은 너에게,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진 이 너덜너덜한 몸을 내맡기고 싶어질 수 있단 말인가? 카노는 그것에 대해선 도저히,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신파치에게 매달리곤 했다. 그게 싫다. 그게 바보같다. 그런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않는 머리로 혀를 섞고, 몸을 섞고, 울고, 안기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망가질 정도로 밤을 나눈다.

전부 흐리게, 흩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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