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해두지만 싫다.”
카노는 찌푸린 채로 테이블의 종이를 툭툭 두드렸다. 이 무언가를 두드리는 것은 카노의 습관으로, 불만스럽거나 상대를 도발하고싶을 때 흔히 내보이는 것이었다.
“너무 미리 아니냐? 아직 설명 안 했다고.”
“보나마나잖아. 이 종이에 적힌대로 하잔 이야기 외에 뭐가 있지. 다른 방도를 생각한거냐?”
신파치는 그 말에 흠, 하고 헛기침을 흘리는가 싶더니, 바로 언성을 높였다.
“그럼 너도 머리 좀 굴려, 인마!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얘길 꺼내는 거 아냐!”
짜증이 담긴 주먹이 쾅, 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내리꽂혔다. 위에 놓인 종이가 허공에 떴다 가라앉을 정도라, 카노도 눈썹을 들고 신파치를 바라봤다.
“넌 하고싶냐? 조건이 있다는 건 여기에 ‘보는 눈’이 있다는 이야기다. 누가 보고있는지도 모르는 판국에 너랑 입을 맞추라는거냐!”
질세라 언성을 높인 카노의 멱살이 끌어올려진 것은 순간이었다. 거절할 새도 없이, 혀가 밀고들어오자 흠칫 몸을 떨었다. 뭐라고 저항하는 듯한 소리가 새는 것을 신파치도 듣고있었지만, 놔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 짓거리도 한 두번이 아니니, 혀를 섞었다면 마력을 빼내는 것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카노의 멱살을 끌어잡은 채로 그의 오르는 체온을 삼켜냈다. 언제나처럼 그의 입안은 불타듯 신파치의 혀를 달궜다.
“…!!” 팔을 두드리는 카노의 손이 점차 힘을 잃어 신파치의 소매를 붙잡는 것에 그칠 정도로 약해지자, 신파치는 천천히 입을 뗐다. 몇 번 깨물렸는지 혀에 피가 맺혀서, 신파치는 입술을 핥았다가 쯧, 혀를 찼다. 씨근대던 카노가 다리부터 무너지는 것을 신파치가 허리를 잡아 세우곤 의자에 앉혔다.
“…열렸나?”
“…빌어먹을…안 한다고 했잖아…”
그 말엔 대꾸도 않고, 문고리를 돌리자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신파치가 그대로 문을 밀며 카노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열렸으니 됐잖아.”
이를 드러내며 웃는 그를 보던 카노는 짜증이 치미는지 비틀거리며 의자를 짚고 일어섰다.
“이 자식…다시 내놔, 인마!”
“핫, 누가 보고있을지 모르는데 한 번 더 할거냐?”
“젠장…….”
“가시죠, 복수귀 나으리.”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두 어번 발을 접지른 카노가 신파치에게 부축을 받은 것을 목격한 것에 대해 핫토리가 함구한 것은, 스치는 이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