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붙잡은 것

카노 미치히로는 숨을 들이삼키듯 컥, 하는 소리를 연신 흘려댔다. 아무리 그라도 생존에 대한 본능을 저버릴 수 없기에, 목을 졸라오는 손을 긁어대고 말았다.
그제서야 나가쿠라 신파치는 손을 떼어냈다. 꽤나 불쾌한 감각이 맴돌아 그는 주먹을 쥐었다 펴보았다. 책상에서 발버둥을 치던 미치히로가 숨을 헐떡였다.

"헉, 허억, 헉……아하, 하하하…나가쿠라 군, 기분이 좋지 않나? 이런 남자가 밑에서 바르작대는 것을 보는 건 말이야."
"닥쳐, 기분 나쁘긴…"

미치히로는 대답 없이 자신의 목을 쓸었다. 조여들었던 감각이 영 가시질 않아 입가를 핥았다. 도발을 하면 쉽게 걸려들어온다. 나가쿠라의 그 ‘막무가내’가, 나이를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미치히로를 가볍게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또 심술을 부렸다. 웃으며 목을 조를 정도로 그를 괴롭혔다. 거짓말쟁이. 비겁자. ‘나와 다를 바 없는 이’…….

신선조의 2번대 대장. 그 많은 강자 사이에서도 굳건히 강자의 자리를 지킨 채 그 기억을 후세에 전한 남자. 카노 미치히로는 그런 그가 지독히 싫다. 정말이지 질린다. 그 교차로에서 자신을 버린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 찾을 수 없던 것조차도 너무나 싫었다. 최소한 이 손으로 죽이고 싶었다. 야속하게도 그 남자는 미치히로의 동지, 미키사부로가 살려보낸 후 자신의 이름을 덮어둔 채 홋카이도의 설원으로 숨어들어버렸다. 거기까지 닿은 생각을 끌어내리자 나온 말은 조소의 언어다.

“겁쟁이. 나를 죽일수도 없어, 자네는…….”

어릉위사와 어울려 지냈으면서 그들을 베러 나오고,
전쟁에서 동료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용기를 잃어 번으로 도망치고,
목숨의 위협을 느끼자 이름을 바꿔 숨어버리곤,
‘나에게 죽지않기 위해, 소문에도 찾아오지않은 남자….’

나가쿠라는 주름투성이의 얼굴을 구긴 채 손을 뻗어 미치히로의 목을 만졌다. 그 잠깐 사이에 창백한 피부는 짙은 멍을 머금고 있었다. 위에 손을 덮고 천천히. 천천히 쓰다듬었다. 서늘히 식은 피부 위에서, 그 자국만이, 그 손만이 뜨겁게 느껴져 미치히로는 몸서리를 쳤다. 책상에 어지러이 흩어진 종이들 사이로 옷자락이 흩어졌다. 그에 대한 반동인지 한 구석에 놓였던 검은 잉크병이 중심을 잃고 속을 토해냈다. 가벼운 유카타 차림이었던 그의 몸을 따라 검은 잉크가 흘러내려 묘한 꼴이 되고 말았다. 붉은색이었다면 피라고 해도  놀라지않을 지경으로 흐르는 것을, 미치히로는 닦아내지않았다. 눈 앞의 남자가 미웠다. 그 교차로에서 흘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덮어두었던 것이 솟아오르듯 감정을 토해버리게 될 것만 같았다. 승자라는 외피, 모든 것을 이루고 끝을 맞은 생존자라는, 유약을 깨트리는 시선이 괴로웠다. 매번 끌어들이고, 그를 망치고, 그에게 스스로를 ‘수단’으로 던지는 것은 미치히로였음에도, 나가쿠라 신파치라는 남자는 그 노회한 눈으로도 빛이 바래지 않는다는 것을 미치히로는 너무나, 너무나 깊게 알고있었다. 교차로에서 헤매는 미아를 쏘아죽여 버려두고 피에 젖어 기어나온 그를, 몇 번이고 교차로에 돌려보낸다. 칼데아를 배회하는 그 ‘미아’ 보다도, 미치히로는 이 남자의 시선에 그렇게 젖어들고 말았다. 안경을 고쳐쓰고, 애써 다리를 벌리고, 키스를 졸라도 종착점은 같았다.

아아……이런 나에게도, 이 남자는……
미치히로는 잉크로 엉망이 된 몸을 일으켜 나가쿠라에게 매달렸다. 유카타에, 손에, 다리에 엉긴 검은색은 기이하게도 질척했다. 피인가, 피라도 좋겠지. 피라면, 더욱 그에게 물들이고 싶었다.

어리광을 부리고싶다.
버리지않았다는 말을 듣고싶다.
나가쿠라 신파치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해주었으면…
그 날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말해준다면.

어째서 이런 것을 기대하는걸까?
그를 죽이고싶은 마음을, 신선조에 대한 증오를 가라앉혀두었기 때문일까?
신선조가 미운 것은 변하지않는데, 스스로가 사랑했던 남자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고 뭐가 변하는걸까.

귓가를 파고드는 속삭임은 호응해주지않는다.
동정의 말. 연민의 말. 자신은 승자라며 그 교차로를 덮어버린 남자의 포장을 찢어놓는 말.

“불쌍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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