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말'은, 자기 자신

카노 미치히로가 나가쿠라 신파치를 초대한 것은 저녁이었다. 식당에서 앞자리에 앉아 번지르르한 말을 몇 가지 늘어놓던 그가, ‘이후는 술과 함께 하고싶으니 방으로 오라’며 먼저 자리를 떠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짝 흘린 말은 젊은 얼굴로 와달라는 묘한 것이었다. 나가쿠라는 또 무슨 수작질이냐며 혀를 차는 한 편, 그의 요구대로 신선조 시절의 영기로 재림을 바꾼 채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도록.”

허락에 가까운 말투다. 나가쿠라는 이게 싫어 미간을 찌푸렸다. 때문에 미치히로의 목소리 톤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라고 하면, 틀린 이야기는 없게 되겠지.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마주한 남자가 얼굴에 주름이 잡히지않은 청장년인 것에 놀라 헛기침을 하고 말았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유난이군.”
“무슨 변덕이야? 왜 젊은 영기로 오라고 했나 했더니!”

짜증을 부리듯 방의 소파에 거칠게 앉자 미치히로는 그 거친 머리스타일과 드러난 흉터들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소파의 빈 곳에 몸을 밀어넣어왔다.

“어때?”
“뭐가 ‘어때’ 냐고. 나참….”
“퉁명스레 굴지마. 나가쿠라 군. 그런 얼굴도 꽤나 볼만하지만.”

거칠어지기는 했으나 신선조 시절의 그 살짝 높은 목소리다. 나가쿠라는, 그게 또 꺼림칙했다. 노인의 미치히로만큼의 매끈함은 없지만, 기억하고있는 얼굴과 목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 주제에 그 금속테의 안경 너머로 이 쪽을 해부하듯 바라보는 것이 어딘가, 싫었다. 

카노라는 사내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 날 놓쳐버린 그의 부서진 얼굴은 여전히 마음 어딘가에서 고개를 들곤 했다. 그러나 오타루라는 ‘특이점’에서 마주한 카노, 카노 미치히로는 기이할 정도로 그 날의 그가 아니었다. 유약을 발라 수복한 다기같았다. 

도자기를 수복하는 기법 중 킨츠기라는 것이 있다. 깨진 사이를 옻칠로 붙인 후, 금가루 따위로 그 흔적을 발라 특유의 아름다움을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눈 앞의 이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깨진 조각을 끌어맞춰 형태를 잡아두고, 위에 유약을 들이붓기라도 한 것처럼, 그 날의 흔적을 남기지않았다. 하지만, 사건 전의 카노와는,

‘달라.’
나가쿠라는 무심코 혀를 차고 말았다. 그러자 미치히로가 그 웃는 낯으로 거리를 더욱 좁혀왔다.

“넌 어느 쪽이 마음에 들지?”
“어느 쪽이라니.”
“괜히 다시 묻지마. 말귀가 어두운건지, 모르는 척을 하는건지. 후자라면 괜히 여러 번 말하게 되잖아. 그런 거 싫어하지? 나가쿠라 군도.”
“…….”

그냥 나가쿠라라고 불러주면 좋을텐데.
차마 그런 말은 입에 담지 못한 채, 나가쿠라는 미치히로의 눈을 피하려 시선을 돌렸다.

“있잖아, ‘카노 와시오’가 좋냐? 너는.”

나가쿠라는 숨을 삼키고 말았다.
“무슨 소릴 하고 앉아있어. 이게 뭐, 그런 이야기로 말장난이나 할…”
“부서져있는 남자가 좋냐고. 악취미 아냐? 자기 손으로 망가트린 남자를 보고있는 건, 즐거운가해서.”
“난 몰라. 그 녀석이랑 있는 건…”
“나가쿠라 신파치잖아. 내가 ‘카노’인 것 처럼.”

명백히 다르다, 라고 말하고싶다. 솔직히 나가쿠라의 머리론 이해가 되지않고, 별로 깊게 생각할 것도 아니라고 여긴다. 버서커인 자신이 그 ‘카노’와 무엇을 하는지 따위에 마음을 기울이고싶지않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카노 미치히로’니까. 하지만 미치히로는 그런 그에게 장난을 치듯, 그 망가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있다. 자신을 골라달라 따위의 투정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해져 눈을 피하는 나가쿠라가 즐거워서, 그 얼굴을 보기 위해 그 ‘카노 와시오’를 자신의 ‘말’로 쓰고있다.

눈 앞의 멀끔한 남자와, 그의 흉터들과, 비틀어진 웃음을 앞에 두고 나가쿠라는 얼마 전 미치히로가 체스를 가르쳐주던 날을 떠올렸다.

“체스는 말을 두지않고 넘어갈 수 없네. 그게 자멸의 수라도 둘 수 밖에 없는거야.”
“악수, 라는건가?”
“그게 강제되는 것을, 체스에선 ‘추크츠방’이라고 하지.”

카노 미치히로는, 나가쿠라 신파치를 ‘추크츠방’에 빠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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