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판을 노려보던 나가쿠라는 제 흉터가 있는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덕분에 뺨의 주름이 밀려 펴졌다가 돌아왔다.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룰을 전혀 모르겠다.”
“기대해서 하자고 했겠나? 천하의 가무신께서도 이런 것엔 서툴군. 후후…”
그 말에 나가쿠라는 반박하기를 관두고 입가에 궐련을 집어 물었다. 언제나 이런 식이군, 이 영감은. 말끔하게 정리한 머리에, 얕은 주름이 잡힌 얼굴. 그 위에 얹어진 둥근테의 안경까지도 묘하게 재수가 없었다. 카노 미치히로는 입꼬리를 올려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그 미소에 담긴 것은 조롱과 폄하가 대다수였지만, 적어도 이 칼데아에서 마주친 다른 카노…즉, 복수자로서의 영기를 지닌 남자와는 질감이 다르다. 이미 새하얗게 타버린 숯에 억지로 불을 붙이고있는 것 같은 인상의 그와 달리, 미치히로는 말하자면 도자기 인형 같았다. 스스로를 감추고 웃는다. 혈기왕성하던 무사시절의, 신선조를 함께했던 청년이 거짓말인 것처럼 보일 정도의 정돈된 분위기가 있었다. ‘철이 들었다’ 따위의 말이 아니라, 같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 교차로의 일 탓이라고 생각해봐도, 그렇다면 어벤저인 그 쪽이 차라리 자연스럽지않은가. 그러니까…나가쿠라가 가진 위화감이란, 어째서 이렇게나 매끈하게 닦아놓은 수석같은 인간이 되었냐는 부분이었다.
“노인네 얼굴은 왜 빤히 보나.”
“너 말이지, 못본 사이에 너무 미끈해졌어. 그 때 본 그 녀석이 없어진 것 같다.”
“언젯적 이야기를 하나? 20대 청년이랑 60대가 같을까, 그럼. 자네는 그대로 같지만.”
그 말을 마치고 미치히로는 소리내어 웃었다. 노인 특유의 마른 손가락이 입가를 가렸다. 나가쿠라는 그 투가 좀체 마음에 들지않아 제 뺨을 다시 만졌다. 그래도 처음 마주쳤을 땐 한창 관군으로 구를 때의 영기였고, 이후도 관료라곤 해도 특유의 거친 맛이 남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재림…아처로서의 전성기인 미치히로는 영 꺼려져 나가쿠라는 그게 좀, 아니, 많이 싫었다. 껄끄럽다에 가까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잇던 중, 미치히로가 체스판의 나이트를 하나 집더니 나가쿠라 쪽의 말을 하나씩 툭, 툭 쓰러트렸다.
“표정이 안 좋군? 져서 화가 났나?”
“그럴리가. 애초에 룰도 모르는 게임을.”
“아하하. 그렇구만……. 하지만 하고싶은 말은 있어보이는데, 들어줄테니 말해보게.”
나가쿠라는 입안에서 말을 몇 번 고르더니 질문을 하나 내밀었다.
“어떻게 된거야?”
미치히로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가늘게 뜨곤 입꼬리를 올렸다.
“무슨 이야기지?”
“아니, 너도 봤잖아. 버서커의 나랑, 어벤저의 너.”
“아하, ‘카노 와시오’와 내가 다른 이유, 뭐 그런 시시한 질문이군 그래. 역으로 묻지, 나가쿠라 군.”
나가쿠라는 그 ‘나가쿠라 군’이란 호칭도 싫었다. 원망이라도 상관없으니 툭, 하고 ‘나가쿠라’라고 부르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모래알이 씹히는 기분이 들어, 입가를 문질렀다.
“들어주겠다며?”
“바로 답을 주면 재미가 없지않나. 검술 외엔 재주가 없어서, 이런 대화를 하는 건 싫은가?”
“이봐, 괜히 캐스터니 뭐니 달고 나온줄 알아?”
“뭐, 그 꼴사나운 신선조를 포장하신 일등공신이시니. 후후, 하하하. 묻고싶은 건 이거야. 과녁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부서지면, 저격수는 어떻게 될 것 같나?”
“뭐?”
“저 쪽은 그 꼴이고, 나는 명중했네. 그게 다야. 일어나게, 차나 한 잔 하고싶으니까…….”
나가쿠라는 답을 하지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 앞의 남자가 포장한 것을, 모를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