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치는 입안의 피를 거칠게 바닥에 뱉어냈다. 몇 번을 씹힌 혀가 아려와 미간을 찌푸린 것도 잠시, 아직 여유가 있는 듯 삐딱하게 서서 그를 노려보는 카노를 부츠의 앞코로 강하게 걷어찼다. 카노는 흔들림은 없었으나 쯧, 하고 혀를 찼다.
“이 새끼가, 씹지 말라고 몇 번 말하냐!”
“시끄러워. 멋대로 마력을 갈취했으면 그 정도의 피는 볼 각오를 해야지.”
신파치는 거기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수긍할 셈은 아니었다. 허나 더 이상 따지는 것은 그만두고, 제 뺨에 묻은 피를 장갑으로 대강 문질러버렸다.
상황은 특이점에서 덮쳐온 에너미들을 처리하던 중 신파치의 마력이 위험해지면서 시작됐다. 일행들과 떨어져 일종의 순찰을 하던 두 사람은 답잖게 싸우지 않고 걸었지만, 그런 분위기를 신경써줄리가 없는 적들이 덮쳐온지라. 순찰이라는 것은 마스터와는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고, 그렇다면 마력을 마구 쏟아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나가쿠라 신파치가 괜히 ‘가무샤라’ 라는 별명을 가졌는가. 예상 이상의 머릿수, 버서커라는 클래스의 마력 소모, 후퇴의 타이밍을 놓친 이 세 가지의 종합 결과…… 마지막 에너미를 시원스레 베어넘긴 신파치가, 벽에 기대야할 정도로 한계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카노도 만만치않게 베고 쏘았지만, 신파치에 비하면 훨씬 여유가 있었다. 전투 직후라서인지, 일단 일행으로 생각한건지 신파치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쪽에 칼을 겨누지 않은 것에 작은 안도를 느꼈다. 하지만 이래선 복귀가 어려운데……신파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손을 까딱여 카노를 불렀다. 눈썹을 찌푸린 것 같았지만 뭐든 어떤가. 그런 태도 하나하나를 걸고 넘어지기엔 익숙해질 수 밖에 없는, 흔한 일인데. 그래도 답잖게 얌전히 앞으로 다가온 카노는 스카프를 잡혀 앞으로 당겨짐과 동시에 신파치와 숨을 섞을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 신파치가 대답을 하지않자 카노는 신경질적으로 따지고 들었다. 평소의 텅 빈 듯한, 혹은 조소하는, 혹은 격분하는 어조와는 어딘가 다른 짜증이 스며나왔다.
“그런데, 매번 자연스럽게 무슨 짓이지? 맡겨놨냐?”
“아니, 쓸 수 있는 건 쓰고싶다고. 너 말야, 사람을 성가시게 하니까….”
“그럼 혀를 끊어놓지않은 것에 감사해라.”
그 말 그대로다. 신파치는 종종 카노를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대했다. 버서커인 자신의 마력 고갈은 필연이니 카노 쪽의 마력을 빌리는 것이 나쁠 게 뭐냐는 이야기다. 카노가 그런 신파치의 생각을 눈치채지 못할 수준으로 머리가 안 돌아가지는 않았으므로 ‘맡겨놨냐’는 표현을 쓴 것이다. 신파치는 깊게 한숨을 뱉는가 싶더니, 카노에게 한 발 다가섰다.
“너 말이다, 나도 몇 번정도는 줬잖아? 기억에 없냐? 적당히 깽깽대라. 불만이면 나중에 또 갚아줄테니까.”
그러자 카노는 칼에 손을 대다말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말이 닿은 것은 아니라고, 신파치는 단정지었다. 그의 눈이 어딜 향하든, 이 쪽에서 하는 말은 닿질 않는다. 저 붉은 머리칼 아래에, 귀라는 게 있긴한지도 신파치는 영 확신이 없었다. 몇 번이고 피가 터지도록 싸운 것도 그렇지만, 몸까지 섞어댄 주제에 그런 걸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스운 소리같지만 사실이 그랬다. 보이지않는 것을 보인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파치는 그 시선을 깨트리듯 손을 뻗어 카노의 뺨에 댔다. 열이 오른 얼굴의 온도는 언제나와 같다. 뻗은 손은 그의 턱을 만지는가 싶더니 위, 그러니까, 귀가 붙어있을법한 곳으로 향했다. 붉은 커튼의 뒷편에 밀어넣은 듯한 기분 끝에,
“……있긴하구만.”
열 탓에 달아오른 귀가 닿았다.
손 끝에 있는 것은 분명 인간의 것이다.
“무슨 의도냐.”
“아니, 그냥 확인해본거야.”
“시덥잖은 짓 하지마라. ……가겠어.”
“혼자 가지마라? 길 잃어버리면 골치 아프거든.”
“헛소리.”
그야 헛소리다. 신선조가 있다면 카노는 십중팔구 그 곳을 향해 움직인다. 그런 그가 길을 잃을리가 없다. 목적지가 그의 동료인 어릉위사들의 앞이 아니라 신선조의 뒤일 뿐. 그의 바람은 신선조의 몰살이니.
하지만 카노는 늘 신파치가 놓치기 전에 멈추었다. 뒤따르게 두었다. 손이 닿는 것도, 옆으로 발을 맞추는 것도 거부하지않는다.
그렇게나 죽이고싶은 신선조인데도.
죽이고싶은 것도, 밀어내지 않는 것도 그에겐 거짓이 아니다.
신파치 또한 지독히 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