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귀향의 어떤 방식

“이 쪽이어요, 선생님!”

카메야타는 앞서 걸어가며 빙그레 웃었다. 뺨에 닿는 겨울바람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카메야타가 카츠에게 여행을 함께 해달라고 조른 것은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이었다. 여행이라, 어딜 가고싶은데? 질문을 던지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고향’ 이라고 답했다. 모치즈키 카메야타의 고향은 토사. 지금은 고치현이라고 하는 곳이다. 일이 여러가지로 마무리 되었으니 같이 가면 좋겠다며 특유의 어리광 섞인 토사벤으로 부탁을 해왔다. 카츠는 그럴까? 하고 웃으며 제자와 손가락을 걸었다.

고치현은 시코쿠 섬의 끝에 있다. 다시 말하자면 겨울에도 따스한 곳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한겨울인 1월인데도 두 사람은 외투를 가벼이 입고 시내를 거닐었다. 카메야타는 스승의 손을 잡고 주차장이 되어버린 자신의 집터에 가보기도 하고, 생전엔 가볼 생각조차 못했던 고치성을 들어가 둘러보기도 하고, 타케치의 도장터나 그의 기념관에 가보기도 했다. 카츠는 ‘칼데아에 돌아가면 료마 형이나 타케치 씨에게도 이야기해보고싶다’ 며 웃는 카메야타를 마주 웃으며 쓰다듬어주기도 했다.

카메야타와 카츠는 현대문물에 있어선 관심이 크고, 활용도 잘 하는 서번트들이다. 차림새를 적당히 정리하면 그저 행인이라고 생각할만큼, 눈에 띄지않을 수 있었다. 상점가를 거닐고, 고치역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식당에서 요리를 즐기거나 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료마패스포트’ 에 쌓이는 도장만큼 즐거워하는 제자가 새삼 어린아이처럼 느껴져, 카츠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카메야타는 단둘이 아니면 토사벤을 쓰지않았다. “관광객 행세를 허면서 현지 사투리를 쓰는 것은 뭣이 이상허잖여요.” 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던지라, 카츠도 그것에는 동의했다. 확실히 에도와는 겨울 공기가 다르다고 에도 토박이인 카츠는 조용히 생각하며 카메야타의 옆을 걸었다. 카메야타는 앳된 얼굴을 한 청년이다. 둥근 코 끝과 이름이 아깝지않게 거북이같은 입매가 또 그랬다. 그 눈동자가 바다와 같은 색을 띠고있어서, 카츠는 그가 바다에서 움직이지않으면 안되는 사람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해변에서 밀려오는 바다의 끝 처럼, 속이 훤히 보이는 청년지사. 무엇을 해야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도, 어서 나아가고싶다는 듯한 그 얼굴을 보았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 카츠는 작게 웃고 말았다. 카메야타는 그걸 듣지 못했는지 가츠라하마의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시선은 카츠를 향해 몇 번이고 돌아와, 카츠 또한 눈빛을 돌려주었다.

시신을 볼 틈도 없던 제자의 죽음을 슬퍼하지않을 스승이 어디 있겠는가. 일기에 남긴 글은 그에게 어떻게 다가갔을까. 애도와 체념 끝에서 다시 만난 제자는 스승을 구하겠다며 울었다. 파도가 치듯 격렬한 애원을 해왔다. 닫힌 문에 남았던 손자국이 흐려질 즈음, 자신이 놓쳤던 손을 다시 잡으러 달려온 제자의 손을 어떻게 내칠 수 있을까…….

스이겐초에 있는 모치즈키 가의 묘지에 있는 카메야타의 비 옆에 있던 그의 형 세이헤이의 묘는 비가 아니라 패로 되어있었다. 그 앞에서 카메야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조심스레 카츠의 손을 잡아왔다. 카츠는 그 손이 떨리고 있었기에 힘을 넣어 잡아주었다. 얼굴은 보지 않았지만, 제자가 울고있음을 모를 수는 없었다. 숲을 헤치고 나오는 동안에도 말이 없던 카메야타는 점심을 먹자며 앞으로 나섰다. 손은 잡은 채였다. 저릴 정도로.

“카츠 선생님! 가츠라하마도 좋지요잉!”

모래를 밟는 소리와 바람이 바다를 미는 소리 사이로 카메야타가 소리친다. 찬바람 탓에 객이 없는 해변에서, 커다란 청년이 아이처럼 외친다. 그 하얀 머리가 파도거품처럼 바람에 헝클어진다.

“다음엔 고베에 가요! 그 다음엔 도쿄, 그리고…”
“그래, 어디든 좋지.”

마주한 그의 눈동자 아래엔 분홍노을이 번져있다.
스승은 허리를 숙여 안아오는 제자의 머리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빗어넘겨주었다. 그림자라면 어떤가. 지금을 함께한다면 그것에 충실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 아닌가.

그러니 그가 품은 자책까지도 함께 안아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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